이끼숲
발췌
은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마음에 있던 은희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그 자리에 더 단단한 은희가 들어찼다. 풍선처럼 부풀었던 마음이 쪼그라들며 단단한 광물처럼 빛났다.
마르코의 삶 전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선택권이 결여된 순간이 그때일 것이다. 탄생. 그것만큼은 마르코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.
‘소마, 너도 이제 이해할 거라고 믿어. 친절하지 않게 찾아오는 감정들이 있다는 거. 굴복하면서도 정복해야만 하는 그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느라 온 기력을 다 쓴다는 거. 사랑은 정말 체력이 필요한 일이야, 여러모로.’
이곳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.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. 분하고 억울하다.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