편지 가게 글월
감상
하염없이 편지를 쓰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책.
처음에는 몰입이 조금 힘들었는데 각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. 이렇게 다양한 삶을 글로 담아낼 수 있다니, 작가님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알고 보니 응모 받은 편지들이었다… 살짝 배신감 아닌 배신감이 느껴지면서도, 분명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름 모를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. 다들 어떻게 그렇게 따뜻한 말을 쓸 수 있는 건지.
나는 쉽게 말하면 표현이 서툰 사람이다. 낯간지러운 말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 하는 편이지만 정작 내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몰라서, 혹은 적절한 말을 고르는 게 어려워서 계속 생각만 하다 그대로 지쳐 신경을 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. 그렇게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간 순간들이 한 움큼. 그런 의미에서 나 같은 사람은 편지를 더 자주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. 당장 전해지 못했던 마음을 뒤늦게라도 보낼 수 있게 해줄 테니까.
발췌
“나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고, 타인에게 보여 주고 싶은 나의 모습을 정갈하게 꺼내 보이는 거요. 사람들이 그런 활동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월이 탄생한 거예요. 그게 편지니까요.”
어느 새인가부터 스스로를 잘 차려내 보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 아쉽다.
집, 회사. 집, 회사. 오늘은 공과금 내는 날, 내일은 월세 나가는 날. 삶은 자꾸 단순해지는데 나는 자꾸만 복잡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. 남들과 다른 취향도 갖고 싶고 특별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고 싶고. 근데 여전히 눈 뜨면 집, 회사, 집, 회사.
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색깔을 유지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.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수는 있어도, 누구든 일정 수준 이상의 복잡함은 견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단순하게, 사고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.
잘한다는 자각은 없지만 뭐 어떤가요.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붙잡는 게 제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인걸요.
(나를 포함해서) 한국인들은 취미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데, 꼭 그렇게 의무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.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것 아닐까? 좋아서 하는 건데 뭐 어때.
분이 나서 씩씩거리며 글씨를 적다가도 이쯤 쓰니 또 마음이 퍽 풀립니다. 편지라는 게 그래요. 아무리 화가 나도 막 쏘아붙일 수가 없어요. 이 손가락이 분통 난 마음보다 늘 느리거든요.
생각나는 대로 전부 말했다면 상대방을 다치고 힘들게 했을지도 모를 때도, 어쩔 수 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쓰게 된다는 점에서 편지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.
거침없이 편지를 쓰던 영광이 조금은 부러웠다. 누군가가 건넨 말에 답할 수 있다는 게, 자기만의 대답을 담은 ‘답장’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.
생각은 많은데 그걸 언어로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운 사람으로서 나도 영광씨가 부러웠다… (심지어 이미 언어를 매개체로 사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!) 특히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몰라 답장을 제때제때 못한 적도 많고, 그것 때문에 친구를 화나게 한 일도 있다. 상대를 생각한답시고 결국엔 상대를 곤란하게 한 것이다. 이건 정말 의식해서 연습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. 아직도 갈 길이 멀도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