마침내, 안녕
발췌
“내 사랑은 이렇게 다 작아요. 너무 작고 단순해. 그런데 그걸로 그냥 다 이해되거든요. 엄마와 할머니는 여전히 서로를 미워하지만 나는 나와 엄마의 사랑, 나와 할머니의 사랑만 생각해요.” “그게 분리가 돼?” “내 사랑의 형태는 내가 만드는 거고 각자 기대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면.”
크고 훌륭한 사랑을 받은 적도, 준 적도 없는데 어느 틈에 그렇게 사랑에 대한 기대가 자라났을까. 작고 사소한 사랑이 얼마나 자신의 곁을 스쳐 갔을지 도연은 알 수 없었다.
존재를 알아봐주는 사람. 존재를 부정당해본 사람에게는 그게 가장 큰 위로였다. 그런 날을 조심해야 한다. 아무나 마음속에 속절없이 침투해버리니까.
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도연은 오래전부터 믿지 않았다. 변하지 않는 게 변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. 다만 좋은 쪽일지, 나쁜 쪽일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었다. 좋은 방향으로 키를 맞춰두지 않으면 더 쉽고 편안한 나쁜 방향으로 이끌려갔다. 매일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, 곁에 어떤 사람을 두는지에 따라 삶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졌다. 그래서 최소한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대안을 찾는 게 인생의 미션 같았다.
눈앞의 일에 압도당하면 지도를 살펴볼 여유를 잃게 되지만, 지도에만 집중하다 보면 근경의 아름다움을 놓치게 된다. 삶은 그렇게 마음의 조리개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초점을 옮겨가는 일이 아닐까.